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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쓰는 서울대 합격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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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쓰는 서울대 합격후기
“승리 뒤에는 언제나 견딜 수 없는 허망감이 찾아오고 패배 뒤에는 언제나 새로운 열정이 솟아나면서 위안이 찾아온다. 그것은 왜 그런가? 아마도 승리가 우리로 하여금 똑같은 행동을 지속하도록 부추기는 반면 패배는 방향전환의 전주곡이 되기 때문이다. 패배는 개혁적이고 승리는 보수적이다. ~~ ”
작년 이맘때 입시에 실패한 후 위로와 각오를 갖게 한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 중의 한 구절입니다.
저는 재수생 이모군의 아버지로서, 학부모가 쓴 후기는 없었던 것 같아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시는 이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후기를 적어봅니다.
우리 아이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가요를 중심으로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더니 드디어 고1 때 작곡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음악은 춥고 배고픈 직업이니 차라리 취미로 하라고 만류하면서 어언 1년이 지나갔고, 이 동안 아이는 반항하느라 학교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음악에의 열망을 뿌리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고2부터 정식으로 작곡공부를 시작하도록 허락하였습니다.
내신이 좋지 않아 서울대는 어렵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연대를 목표로 하였고, 초등학교부터 다니던 피아노 학원 선생님의 수소문으로 연대를 나오신 여자선생님에게 작곡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곳으로 가서 일주일에 이틀 작곡 레슨을 받았고, 피아노는 집 근처의 학원에서 배웠습니다. 작곡 선생님은 성실하게 지도해주셨지만 잘한다는 칭찬을 계속하면서 아이의 마음에 자만심을 키워주었습니다. 별다른 자극 없이 3학년이 되었고, 경험삼아 참가해본 천안대 콩쿨에서의 은상으로 으쓱해하며 어깨가 약간 올라갔고, 이어트레이닝 모의테스트에서는 연대지망생 중 잘 쓴 피아노곡으로 연주되는 기쁨을 맛보면서 합격에의 부담감이 없어지고 자만심은 커져만 갔습니다. 고3 수능 후에는 일주일에 세 번씩 레슨을 받는 것만으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었습니다. 연대를 목표로 하였으므로 별도 시험을 보지 않는 화성, 코랄을 기초부터 철저히 하지 않았던 것도 실패의 원인이 된듯합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의 현역으로서 별다른 각오도 없이 대충 준비한 설익은 실력으로 신성한 대학문인 한양대와 연세대를 철없이 두드린 이모군은 보기 좋게 낙방하였습니다. 잘한다던 아이가 모두 떨어지니 기가 막힌 마음에 이어의 운영자선생님께 다짜고짜 메일을 보내 자문을 구했었습니다. 그 때 이수정 선생님은 그렇게 준비한 현역 대부분은 실패를 맛보더라.. 재수 때의 집중과 강도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대답해주셨고, 그제야 자만의 안개가 벗겨지며 아이의 실력을 바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대 낙방한 날, 통곡의 밤으로 보낸 우리는 마음을 다시 잡았습니다. 이제 작곡으로 평생을 공부하며 살아야 하는데, 일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음악에 푹 빠져 지내며 기본기를 철저히 다져서 대학뿐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대성할 수 있는 기초 토양을 만들자고 다짐하였습니다. 작곡이란 커다란 바위를 만만히 보고 초입에서 미끄러진 우리의 과오를 반성하며,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마음을 위로하였습니다.
2년 동안 배운 선생님은 열심히 가르쳐주셨지만, 재수를 하면서는 새로운 선생님을 만날 필요를 느끼고 주위 음악하는 분의 소개를 받아 선생님을 뵈었습니다. 3학년 때 쓴 곡을 천천히 보시고 한번 해보자고 하셔서 무조건 믿고 따르기로 하며 재수가 시작되었으며, 다시 1년을 공부하게 되었으니 이번에는 목표를 서울대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모군은 성실하지만 급할 것이 없는 천부적인 낙천적인 성격입니다. 이 점은 단점이기도 하였지만 커다란 슬럼프나 굴곡이 없이 입시 기간을 꾸준히 지낸 바탕으로도 작용하였습니다. 수능 준비를 위해서 별도의 학원이나 과외는 하지 않고 시립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고 부족한 과목은 인터넷 과외로 보충하였습니다. 수능 전까지 일주일에 이틀 작곡 레슨과 하루 피아노 레슨(청음 포함)으로 차근차근 준비하였습니다. 아이는 선생님을 존경하며 어려워하여, 레슨 있는 날에는 자기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배워갔습니다. 피아노는 집 주변의 학원을 연습실로 정하여 주로 늦은 밤에 혼자 연습하다 오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수능을 보았습니다. 결과를 보니 기대보다 못 미치게 대략 서울대 지원자의 중간 정도의 성적을 얻었습니다. 선생님은 곡 쓰는 실력이 어느 한계에 부닥쳐 늘지 않는다고 걱정하셨고, 아이의 절박감이 없는 성격도 한 몫 하면서 또한번의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선생님께 아이를 다잡아 달라고 부탁드렸고, 그 때부터 매일의 레슨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침에 가서 저녁까지 하루 종일 곡 쓰고 평가받고 하는 시간들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조금 힘들어하였지만 나름대로 즐기고 있는 눈치였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니 그 태평한 성격에 저렇게도 하는구나 하며 대견스럽게 생각되었습니다.
본인도 선생님께 배우며 작년의 얄팍했던 지식들에 대한 반성과 교만했음을 속속들이 느끼며, 재시험에 도전하는 마음가짐은 작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진지해졌습니다. 서울대를 위주로 공부하였으므로 가군의 한양대 시험은 만족스럽게 치루지 못했으며 예비 3번이라는 약간의 불안 섞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후회 없이 보았다는 서울대 시험 결과로 합격 여부를 떠나 최선을 다했으므로 재수에 대한 후회는 남지 않았습니다. 한양대만 합격하면 열심히 다니겠다는 아이의 말에 부모도 서울대에 대한 욕심을 갖지 않고 마음을 비우려 노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정말 기쁩니다.
본인의 재능과 열정, 좋은 선생님, 학부모의 뒷받침.. 이 세 가지가 각각 하나의 꼭짓점을 구성하여 튼튼한 삼각형이 만들어져야만 작곡과에 입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것 이 하나 부족하면 다른 쪽에서 엄청난 보충을 해주어야 하겠지요.
3년간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기 위해 이어트레이닝을 열심히 지켜보았습니다. 다양한 정보와 운영자 선생님의 쓴 소리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땅의 작곡을 준비하는 많은 수험생들에게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어트레이닝이기에 운영자 선생님은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셔도 부족함 없을 듯 합니다.
자식의 서울대 합격이라는 생애의 가장 큰 기쁨을 맛보며, 언제나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곡 쓰는 방법 뿐 아니라 신실하게 사는 방법까지도 생활로 실천하여 주셔서 아이의 큰바위 얼굴이 되어주신 선생님께는 잘 키우겠다는 다짐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늘 잘한다고 긍정적으로 지도해주신 피아노 선생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이어에서 활동하는 예비음악인 모두에게 희망찬 앞길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특히 올해 입시에서 실패한 젊은 예음인들에게 본 후기가 작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보며 후기를 마칩니다. (너무 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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