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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Kyn 연세대 작곡과 합격후기-지도:이수정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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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해 14년도 연세대 작곡과 합격생입니다.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제가 이곳에 합격후기를 올리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게 정말 꿈만같네요 ㅜㅜ
저는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대학교에 있는 전공들을 찾아보다가 작곡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인문계 학생이었던 터라 음악 관련에는 지식이 없어서 중학생때 배웠던 피아노 선생님을 통해서 한 작곡과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백병동 화성학부터 시작해서 음정부터 감 칠도까지, 동요 작곡하기 등등.. 입시와는 좀 많이 동떨어진 공부였었지만 그 당시에는 꽤 재밌게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2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에 다른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인터넷에서 찾아보면서 내가 지금 배우는것과는 정말 다르구나...싶어 큰 위기감도 느꼈고, 결국 카페에서 본 카톡주소(바로 13년 연대 합격생이신 희수언니!)를 통해서 이수정선생님을 뵙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화성학 공부 위주로 시작했는데, 그동안 익힌 화성학을 바탕으로 한 단선율 쓰기부터 시작해서 음형 만들기, 모티브 파악하기 등등 선생님의 체계적인 지도를 받으면서 너무도 막연하게 느껴졌던 세도막 형식의 곡에 대해서 차츰차츰 깨달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은 정말 음악적인 흐름을 많이 강조하셨고, 그 덕분에 각각의 모티브를 어떤 뉘앙스로 써야 하는지, 어떤 음악적 컨셉을 끝까지 가져가야 하는지를 처음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지만 선생님께 수업을 받을수록 점점 능숙하게 파악할수 있게 된 것 같아요. ㅎㅎ
뺀질거리는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2학년 중후반까지는 나름대로 복습도 하고, 숙제도 혼나지 않을 정도로는 해가는 편이었습니다...ㅋㅋㅋ
그런데.. 2학년 후반쯤 가서 전 학교생활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었어요. 이 시기는 입시후기를 쓰면서 가장 되짚어보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는데도.. 그동안 견디기 힘들었던 단체생활, 의미없다고 느껴지는 수업시간 등등 중학생때부터 학교에 느껴왔던 회의적인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느낌이었어요. 조퇴를 밥 먹듯이 하고, 부모님한테는 검정고시를 보게 해달라고 부탁드리기도 했고...
너무나 부모님 마음을 힘들게 했었지만, 그때의 저는 오직 스스로의 문제에만 속이 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병원을 다니면서 학교에도 한달 동안 휴학계를 냈고, 작곡 수업도 못나가겠다고 연락드리고 항상 집에서 멍하니 혼자의 생각에만 잠겨 있었어요. 이수정 선생님께서도 그런 저를 보면서 무척 안타까워하셨고 소헌언니와 지연이랑 함께 연세대를 다녀오라고 하신적도 있고.. 정말 세심하게 절 배려해주셨지만, 전 여전히 갈피를 못잡고 그냥 집에 틀어박혀 있었어요.
그때는 모든 게 허무하고 그냥 끝내고 싶다. 넘어졌다가 일어서는 그런 짧은 슬럼프가 아니었어요. 한동안 정말 오랫동안 그런 상태가 지속되었고, 조금 지나니까 스스로 이 구렁텅이를 빠져나오려는 의지도, 확신도 없을 정도로 저는 많이 지쳐버린 상태여서, 주변 사람들도 함께 지치게 되고.. 2학년 8월인가부터 시작해서 3학년 여름방학까지. 그동안 이수정선생님과 정혜욱선생님께서는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절 도와주려고 하셨었는데도.. 하다 하다 못해 이수정선생님은 더 이상 절 가르치기 힘들다고 말씀하셨어요. 비참한 기분이었는데 뭐라 말씀드릴수도 없었구요..
마지막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렇게 끝나기 싫어서 정혜욱선생님께 갔었어요. 그때 정혜욱선생님께서는 가서 정말 네가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찾아가서 직접 말씀드리라고 하셨고, 저는 렛슨시간 내내 울기만 하다가 이수정선생님 댁으로 찾아갔어요. 렛슨 중이시던 선생님은 저를 보고 방으로 데려가신 뒤 말씀을 꺼내셨는데, 울기만 하느라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때까지도 선생님은 제가 다시 회복할수 있다고 믿고 계셨던 것 같아요. 기한을 줄 테니, 열 개의 곡을 써오면 다시 렛슨을 시작하자고 하셨었어요.
적어도 곡쓰는걸 시작하긴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열 개는 한참 못채웠고, 한 곡도 거의 못썼지만.. 하다하다 못해 선생님이 다시 부르셔서 그때 렛슨을 시작했고, 그때부터는 저도 제가 없는동안 클래스에 온 많은 아이들을 보면서 다시금 의욕을 회복했어요.
다이어리에 적어놨었는데, 제가 다시 렛슨을 시작한게 7월 14일 이네요.ㅋㅋㅋ 거의 1년을 공부를 안했으니 실력이 떨어지는건 당연지사였고요. 그래도 신기한건 7월부터 수능 전까지 쓴 곡들은 항상 칭찬을 받았다는 건데... 아마 1년동안 쌓인 울분을 확확 몰아 써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ㅋㅋ
하여튼 수능 날짜도 다가오고.. 수능이 다가와서는 공부한다는 핑계로 또 게으르게 곡을 쓰기 시작해서 선생님께서 얘가 또 저번처럼 자포자기하는게 아닌가 염려하실 정도로 완전 손을 놨었죠. -_-;;
사실 곡쓰는 시간에 수능공부도 거의 안했지만... (죄송합니다 선생님 ㅠㅠ)
무튼 수능전에는 긴장 풀어야된단 핑계로 펑펑 놀다가 수면패턴도 완전 뒤죽박죽 되고 새벽 세네시에 자고...
게다가 수능때는 또 일찍 일어나야 돼서 당일날은 거의 세시간도 못자고 잠결에 시험을 쳤었죠...ㅋㅋㅋ
덕분에 맨 처음에 본 언어는 평소 모의고사때보다 등급이 낮게 나와버렸어요. 당연한 결과지만요.ㅋㅋ
무튼 그렇게 수능을 끝내고.. 클래스 전체는 본격적으로 입시모드에 돌입했어요. 일주일에 네 번 와서 네시간동안 곡시험을 보고 고친후에 집에 가는 하드트레이닝... 솔직히 이 힘든 수업을 저같은 뺀질이가 군말않고 따를 리가 없었죠... 초반에는 선생님께도 무례한 행동을 저지르고 다른 학생들 배려도 못하고 정말 어리석게 행동했던 것 같아요. ㅠㅠ 이 자리를 빌어서 이수정선생님과 황지선 선생님, 같이 공부했던 언니오빠 친구들, 정말 죄송했습니다.ㅠㅠ
수능때 펑펑 논 덕분인지 제 곡실력은 아주 바닥을 쳤어요.ㅋㅋㅋㅋ ㅠㅠ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수정선생님께 오래 배운 제자로써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었죠..ㅎㅎ 악보도 아무 매력이 없고, 옛날부터 지적받았던 거지만 사보는 정말 최악...ㅠㅠ 음형도 안나오고 B는 거의 외운 듯이 쓰고... 저도 그때 제 곡을 보면 스스로 허탈한 웃음이 나오네요.;;
그리고 진짜 심각한건 피아노.. 김계화 선생님 제자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저는 피아노도 완전 엉망이었어요. 실력 부족에 연습 부족이 아주 뚜렷하게 드러나는 엉망진창인 연주로 전 매번 테스트때마다 항~상 꼴등을 도맡았죠. ㅠㅠ 청음은 간신히 중간이라도 갔지만 하하... 선생님들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건 매한가지였고요. 수능성적도 앞에 말했듯이 썩 훌륭한 편도 아니었고...
그래서 12월 초반에는 거의 연대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어요.
두 번째 테스트를 보고 나서 선생님이 저에게 경희대를 보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셨는데, 전 그때 무슨 오기였는진 모르겠지만 연대를 치겠다고 했었어요. -_-;; 왜냐면 전 1년동안 지금까지 화성학 공부를 정말 하나도 안해서... 연대를 치나 경희대를 치나 리스크가 똑같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도 인정....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지금 이렇게 웃으면서 말할수 있지만 솔직히 엄청 부끄럽기도 하고 속상했었죠 ㅠㅠ)
12월 초가 가장 힘들었어요.
나름대로 한다고 노력하지만 실력은 제자리에서 맴돌고, 매번 지적받는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고..
당연한 결과라는 걸 저도 알고 있었어요. 꼴사납게 울기도 많이 울었구요.
또 김계화 선생님께서 처음으로 화를 내셨을 때... 렛슨때 항상 말했던걸 계속 반복하고 있다고. 스스로 알고 있었지만 선생님께 직접 들으니 다시금 마음이 철렁했죠.
엄마 차를 타고 오면서,
엄마 나 포기하면 안될까? 어차피 안되는걸 아는데 이걸 계속해야 할까?
엉엉 울면서 똑같은 말을 몇십번이나 반복했어요.
지난 1년동안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은 저를 원망하진 않았지만,
수능이 끝난 후의 한 달. 힘든 일, 하고싶지 않은 일을 피하면서 스스로 합리화하는 저, 늘 보아오면서도 그걸 고치지 못하는 스스로의 그 나태함이 정말 밉고 한심했어요.
이수정 선생님께서도 엄마도 항상 말씀하시는게 너는 항상 스스로 무너진다고, 자신을 이겨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대학을 붙던 떨어지던 나 자신을 이겨야 하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었어요.
일단 가장 뒤쳐지는 피아노부터 끌어올리려고 노력했어요. 집에서 가까운 연습실을 잡고, 저는 제가 무식하게 오랜 시간의 연습량을 채우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실제로 잠자는 시간을 줄이거나 졸음을 참으면서, 밥먹는 시간을 빼면서 연습한 것도 아니었고.. 저는 제가 가장 집중할수 있는 시간을 찾았어요. 저한테는 새벽이 가장 조용하고 머리가 맑은 시간이었어요. 새벽 다섯시에 연습실을 가면 아무도 없고 스스로의 소리에 가장 잘 집중할 수 있었어요. 보통 다섯시부터 일곱시 정도까지 연습을 하고, 일곱시 반에 출발해서 곡시험을 보러 가고... 곡을 고치고 오면 보통 한밤중이었기 때문에, 바로 잠자리에 들었구요.
그래도 여전히 꼴찌는 꼴찌였습니다. -_-;; 가장 문제였던게.. 저는 키에 비해 손이 작은 편이었고,(객관적으로 아주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ㅋㅋ) 보통 사람들을 보면 손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어서 손가락 사이가 넓게 벌어지는데, 저는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손가락 사이가 땡땡했고 새끼손가락도 엄청 짧았습니다. -_-;; 피아노 선생님들께서도 너같은 손은 처음 본다고 하실 정도로... 무지 저주받은 손이었어요. ㅠㅠ 덕분에 옥타브란 옥타브는 미스터치고 뭐고 난리도 아니었기에 도저히 점수가 올라갈 수가 없었어요.
제일 고생한 부분도 옥타브였습니다...ㅋㅋ
늘 평면인 곳에 대고 손가락을 벌려야 했고, 덕분에 중지랑 약지 사이는 항상 찢어져서 상처가 아물질 않았어요. ㅠㅠ
특히 스트레칭을 무리하게 하다 보면 약지와 새끼손가락 인대가 늘어나서 고역이였죠..
시험 보기 직전까지도 계속 3,4번 인대는 늘어나서 마디가 팅팅 부어있고 손가락 사이는 찢어져 있어서 과연 시험을 무사하게 볼 수 있을까 싶기까지 했죠. ㅠㅠ
하지만 어쩔 수 없었기에..늘 연습할때마다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저같은 손이 옥타브를 치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무튼 그렇게 생고생을 하고 나니.. 정말 안될 것 같았는데도 결국은 되더랍니다. ㅋㅋㅋ 완벽한건 물론 아니었고요.
그리고 며칠 후에 우인아트홀을 대관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한 연습이 있었는데,
그날은 정말 처음으로 항상 틀리던 옥타브 부분을 미스터치 없이 쳐냈어요! 그때의 감격이란. ㅠㅠ 이수정 선생님께서도 정말 많이 늘었다고 칭찬해주셨죠. 하지만 그때도 점수는 꼴찌더랍니다. ㅋㅋㅋㅋㅋㅋ 제가 얼마나 최악이었는지 다시한번 절감했죠.ㅠㅠ...
그래도 그 시험을 보고 나서 계속 평행선이던 제 실력도 조금씩이나마 늘기 시작했어요. ㅋㅋ 김계화 선생님의 신랄하고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완벽한 렛슨 덕분에, 무대 위에서도 조금씩이나마 음악적인 연주를 할수 있게 되었구요. 김계화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 중에,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 이 말씀이 제게 정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늘 아주 편한 마음으로 손가락을 놀리는게 다였는데, 선생님 말씀을 듣고 매 연습때마다 무대 위라고 생각하면서 연주하니 확실히 실전에서 강해지는것이 스스로 느껴지더라구요. ㅋㅋㅋ
작곡도 꾸준하게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되새기면서 쓰다 보니 피아노실력과 함께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어요. ㅋㅋ 그래도 가장 늘질 않는게 작곡이었답니다..
지금 생각해도 입시에 대한 압박때문이었을까? 정말로 조금도 음악적으로 쓰질 못했더라구요.
또 어떤 모티브든 간에.. 자꾸 똑같은 B가 나오는건 정말로 큰 문제점이었죠. ㅠㅠ
그래도 이수정선생님의 꾸준한 지도와 가슴이 뜨끔할정도의 기막힌 지적 덕분에 많이 모자라던 부분들도 제법 메꿀 수 있었답니다. 막판까지 제일 힘들었던건 사보였구요. ㅋㅋㅋㅋㅋㅋ 전 정말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사보를....너무 못했습니다. -_-;; 제딴에는 예쁘게 한다고 노력해도 다른 사람들의 악보와 비교해보면 가슴 깊은곳에서부터 한숨이....
그래도 시험을 며칠 앞두고 권모씨의 사보를 연구해가면서 넙대대했던 사보가 봐줄만하게 변했답니다. ㅋㅋ
그리고 청음! 계속 청음 얘기를 빼먹었던 것 같은데........................
....사실 제가 청음은 진짜로 한게 없어서.................. 차마 뭐라고 후기를 쓸 입장이 아니네요..................
무튼 간략하게나마 써보자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첫 박은 꼭 적고, 박자 헷갈리지 않고 세고, 첫 번 들려줄 때 오른손부터 적을지 왼손부터 적을지 이런거 정도 확실하게 해놓고 갔던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청음은 간이 테스트 때 보는 시험시간이랑, 렛슨 시간에 집중했습니다. ㅋㅋ
무튼 시험 전까지의 두달은 위에 언급한 대로 자알 흘러갔습니다. ㅋㅋ
시험 전날까지도 곡을 쓰기로 했었는데... 저는 학원이 소란스러워서 집에 가버렸구요.
또 혼자 멋대로 군 것 같아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그날은 도저히 연필이 손에 안 잡혔습니다. ㅠㅠ
시험 전 2~3일은 별다른 거 없이 잘 쉬고 잘 먹고 곡 쓰면서,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따로 청음 연습이나 피아노, 곡 연습은 안했던 것 같구요.
예비소집일도 끝나고, 시험 당일날...솔직히 엄청나게 떨렸습니다. 늦을까봐 지하철 타고 음대건물로 가는 계단을 올라오는데 헛구역질이 계속해서 나고..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오만 생각이 다 들고..ㅜㅜ
시험장을 들어오고 나선 차라리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난방도 너무 덥지 않고 좋았고, 책상도 훌륭하고 시험장 안도 깔끔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괜찮았구요.
청음을 시작하기 전에 사전공지를 해주시는데, 예비박을 두 번 친다는 말에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가서 살짝 당황했지만..
시험이 시작되고, 미디 소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맑고 또렷했고 음량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예비박을 마디마다 쳐 줄줄은 정말 몰랐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문제도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쉽게 나와서 실수하지 않고 잘 적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
4성도 전조가 많이 되는건 아니었고.. 쉬운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분석할 때 실수를... 잘 기억은 안나는데 장 육도라고 쓰면 될 걸 이명동음 전조해서 네아폴리탄인가 뭔가로 썼던 기억이 나네요. -_-;;;; 친구 말 듣고 허걱 싶었죠;;
그거 빼고는 청음시험은 아주 기분좋게 끝낼 수 있었습니다.
시험 끝나고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교내식당이 문 연 곳이 있어서 거기서 도시락도 까먹고... 친구들 시킨 음식도 뺏어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했고요. 솔직히 입맛은 없었지만 시험을 위해서 최대한 든든히 먹었습니다. ㅋㅋ
무튼 여유롭게 쉬다가 다시 시험장으로 들어가서 들고온 곡 노트를 시험 전에 한번 죽 훑었습니다. ㅎㅎ 근데 문제는 시험 전이 되니까 잠이 쏟아지는 겁니다....
커피를 마시면 화장실을 자꾸 가게 되니까 못마시겠고... 결국 목캔디를 잔뜩 쟁여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_-;;
시험 시작시간이 될 때까지 앉아서 가만히 곡노트를 읽다 보니까 시간이 다 됐더군요. 책상 위를 깔끔히 치우고 필요한 필기구는 오른쪽에, 여분 필기구가 있는 필통은 왼쪽에 그리고 생수가 있는 물통도 오른쪽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몇가지 유의사항을 공지한 후에 작곡용지와 모티브가 인쇄된 A4용지를 배부받았습니다.
모티브 받고... 허탈해서 웃었습니다. 그동안 정말 어려운 모티브로 공부했는데.................어떻게 이렇게 음악적이고 예쁘고 상큼한 모티브가 나와줄 수가...........
안단테인데다가 밀도까지 산뜻한 모티브를 마주하니 진심으로 매우 난감했습니다. 이정도로 산뜻한 밀도의 곡은 2학년 이후로 정말 거의 써본 적이 없었기에............(물론 그동안 쓴 곡도 없지만...) 객관적으로 어려운 모티브는 아니었지만 울고 싶었습니다.
사실 그런 생각은 10초동안만 하고 바로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하듯이 반드시 잊지 말고 끌고 나가야 할 음악적인 요소, 내가 자주 실수하는 점 등을 용지 위에 적어놓았구요. 최대한 음악적으로!
다 쓰고 나니 5분인가 3분 정도가 남아서... 완성한 곡을 쓱 훑어봤는데 밀도가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ㅜㅜ 그렇다고 수정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라 아티큘레이션, 임시표 체크만 간단하게 하고 제출했습니다.
청음하고 작곡 시험이 끝나고 나니 완전히 기진맥진이었습니다. -_-;; 쓸 때는 몰랐는데 밖에 나오니 다리가 후달달달... 그래도 내일 모레가 피아노시험이었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수는 없었구요 ㅠㅠ
작곡시험을 본 날은 아무 생각 없이 쉬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마지막 렛슨을 받으러 김계화 선생님께 갔는데......ㅠㅠ
완전히 손이 풀렸고, 성의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연주, 그리고 그동안 배운 음악적인 표현을 완전히 까먹었다는 얘기를 들었지요....ㅠㅠㅠㅠㅠㅠㅠㅠ
시험 전날 완전히 멘붕에 빠져서 피아노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ㅜㅜ 시험을 앞두고 긴장 푼답시고 연습을 놓았던게 이유겠지만.... 불과 며칠 사이에 제가 들어도 한심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있었습니다;
김계화 선생님께서 충고해주신 대로 시험 전까지 최대한 여러 번 연습을 했고, 한번 한번 연습이 실전이라는 마음으로 심장을 바짝 졸이고 계속 반복했더니 그래도 시험 당일날 아침에는 조금이나마 텐션이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시험 전까지 열심히 손가락 스트레칭을 하고, 주어진 2분의 연습시간 동안 연습실 안에서 마지막 연습을 했는데.... 평소에 실수한적이 한번도 없던 부분이 갑자기 미스가 나더군요..
게다가 추첨번호도 1번...ㅋㅋㅋㅋㅋ 살얼음판에 올라선 기분으로 시험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큰 실수를 했죠.....
원래 시작할 때는 신호가 없는데, 전 멍청하게 신호가 울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답니다....-_-;;; 조교분께서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재촉하는걸 보고서야 급하게 연주를 시작했어요. ㅋㅋㅋㅋㅋ
초반에 한번 미스터치를 냈고, 아까 연습실에서 미스난 부분도 시험장에서 여지없이 미끄덩....
게다가 2분동안 칠 부분을 1분 30초동안 쳤으니 거의 1.5배는 빠르게 쳐낸 것 같습니다 -_-;;;;;;
생각했던 것 만큼 깔끔하게 쳐내지 못해서 실망스러웠던 시험이기도 했구요. ㅜㅜ
그래도 끝나고 나올 때 만큼은 저절로 얼굴에 웃음이 났답니다. 너무 홀가분하고, 시험이 끝났다는게 믿기지 않았고... 그 어떤 때보다 행복하고 들뜬 마음으로 연세대학교 정문을 나갔구요...
정문을 나서자마자 왈칵 울음이 났어요. 말도 못하고 한참동안 엉엉 울었어요. 시험을 아쉽게 치러서가 아니고, 그냥 만감이 교차하는데 정말 엄마랑 함께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드디어 끝났다고, 내가 여기까지 올 줄 몰랐어. 정말 내가 여기까지 왔어.
결과를 떠나서 정말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아무 의지도 없었던 나였는데, 내가 이렇게 스스로를 평가하면서 시험을 볼 수 있는 이때까지 절 이끌어준 이수정선생님, 정혜욱선생님, 김계화선생님,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고, 부모님한테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ㅠㅠㅠ
그리고 시험이 끝난 날부터는 정말 잉여라이프의 시작이었고, ㅋㅋㅋㅋㅋ 하루종일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실컷 하니까 정말 행복하더라구요. 발표 전에 계속 이상한 개꿈도 꾸고...; 불합격 통지서 받는 꿈도 엄청 자주 꾸고 솔직히 엄청 불안하기도 불안했고 재수 생각도 많이 했었구요...
발표는 2월 5일날로 알고 게임이나 열심히 하고있던 어느 날...
갑자기 신모씨에게 카톡이 뙇!!!
연세대 발표가 뙇!!!!!!!
그 자리에서 컴퓨터 강종하고 재부팅 했습니다. -_- 엄마 불러서 컴퓨터 부팅되는동안 징징 울면서 기도하고.... 연세대 입학처 가서 이름이랑 생년월일 수험번호 입력하고..
조회 클릭하고 2초동안 눈 가린 후 딱 떴는데 합격이란 글자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심으로 엄마랑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습니다 ㅠㅠㅠㅠㅠ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더라구요..... 하나님 선생님 부모님 정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등산하시던 아빠도 다 취소하시고 서울로 올라오시고 동생도 친구들한테 동네방네 자랑내고 ㅠㅠㅠ.......
진심으로 너무 행복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요...ㅋㅋㅋㅋ
솔직히 지금까지도 제가 합격했다는 사실이 정말 꿈같이 느껴지고, 몇 번이고 말하지만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요...
너무나도 모자란 저인데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저에게 있어서 이번 입시는 저를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그리고 나약하기만 했던 제가 스스로를 이겨낼 수 있었던 정말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결과까지 좋게 나와서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속 많이 썩인 저란 제자.... 끝까지 믿고 이끌어주신 이수정선생님께는 정말 몇 번이고 감사를 드려도 부족하겠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낌없는 채찍질과, 마음에 와 닿는 황금같은 말씀으로 짐승같았던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주신 선생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정혜욱 선생님. 정말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아무리 바보같이 행동하더라도 저를 늘 철썩같이 믿어주셨던 선생님. 그 기대에 부응할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강철의 터치 덕분에 제가 너무나도 모자란 실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시곡을 쳐낼 수 있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김계화 선생님. 정말 선생님을 뵐때마다 감탄이..... 단 한마디 충고로 학생의 곡을 180도 바꾸시는 엄청난 선생님. 으아 정말 존경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국제홀에서 봤던 그 전설의 렛슨을 저는 아직도 잊질 못하겠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완전히 바닥 수준이었던 제 피아노를 이렇게 끌어올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
학원을 무상으로 제공해주신 우리 황지선 선생님!!! 옛날에 선생님께 화성느낌을 너무 잘 배운 덕분에 화성을 잘 쓸수 있었어요!!!!! 청음도 작곡도 너무너무 잘 지도해주시는 아셀학원의 원장님 황지선 선생님 +_+!!
다들 정말정말 너~~~~~무 끝까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정말 눈이 빠질 정도로 길어진 후기글이 되었네요. ㅋㅋㅋㅋㅋㅋ
엄청나게 거창하게 써버렸지만..... 으 다시 보니 오글오글. ㅋㅋㅋㅋ 그래도 이 글이 앞으로 작곡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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