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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경희대 ㄱㅈㅅ합격후기 지도--이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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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경희 18학번으로 들어갈 학생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그것도 2학기라는 시기에 늦게 음악을 시작해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경희대에 합격한 것을 정말 행운이라 생각하고,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지도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으리라 봅니다. 다른 분들에 비해 음악적인 기초도 여리고 아직 나아갈 길도 많은 만큼, 요즘은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동시에 혼자 여러 곡을 듣고 치고 분석하면서 나름의 공부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하여 합격후기를 이렇게 적자니 굉장히 복잡한 마음입니다. 이렇게나 적은 시간을 들여 입시를 준비했는데, 쓸 자격이나 있는 건가 싶은 마음도 괜스레 듭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조건 속에서 달려왔기에 의미있는 글도 또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제 강점은 생각해보면 결국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바로 잡생각입니다. 단, 여기서 잡생각이란 잡다한 것들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잡다한 시간에 한 작은 생각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자면 입시곡이란 게 무엇인지 머릿속에서 정리를 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래 고민하던 끝에, 분명 곡이지만 소리 이전에 악보로 보여주는 곡이며 감상 이전에 평가가 되는 곡이라는 인식을 다졌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입시생이 이를 언제나 자각하고 있진 못할 겁니다. 그래서 평가자의 관점과 자신의 관점을 어느 정도 분리시키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것이 바쁜 작곡 와중에, 무의식으로부터 잘 우러나지 않다보니 어려움이 생기는 겁니다. 물론 이는 작곡에서 겪는 그 수많은 어려움들 중 편린에 불과합니다만, 전 입시작곡에 있어서 상당수의 슬럼프나 실수가 거기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곡을 쓸 때 타협을 어느 정도 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당연히 자기가 쓰고 싶은 걸 쓰되, 그게 평가자의 입장에서 거슬릴 수 있는 것이라 판단된다면 미련없이 배제하자고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한 겁니다. 물론 평가자의 입장에서만 쓴다면 그건 자신의 곡이라 하기 어려워질 겁니다. 다만 입시라는 목적을 직시하고 우선도를 명확하게 나누어서 곡을 작성했다는 겁니다. 그래도 시간에 쫓기다보니 처음엔 잘 안 되었는데, 계속 이를 생각하려 노력했더니 어느 순간 그 사고에 적응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이수정 선생님께 작곡 실력이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는데, 아마 이 점이 점점 성숙해지던 무렵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특히 제가 경희대를 준비하던 학생이었기에 더더욱 빛을 발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경희대는 입시곡 평가기준에 있어 다른 학교들과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학교라 그 '다른 부분'에 최우선도를 두어야 했었고, 그렇기에 짧은 시간 안에 곡을 써내기 위해서는 다소 포기해야 하는 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마음가짐이 은근히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나머지 과목들의 경우 제가 특별히 경쟁력을 갖춘 상태로 시험을 보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 있어선 스스로 조금 안타깝지만, 숨김없는 사실이라 이렇게 써두겠습니다. 경희대가 작곡 비중이 높았던 것이 행운입니다.
아. 하지만 피아노에 대해선 조금 유용한 말을 조금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피아노를 정말 지지리도 못 쳤습니다... 입시 1~2주 전에는 어떻게든 실력이 올라서 괜찮은 구색을 갖출 정도는 나왔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들에 비해 다소 부족했을 겁니다. 그래서 실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전 피아노 입시 시험장에서 단 1초도 떨지 않았습니다. 대기실이나 피아노 의자에 앉을 때, 건반을 누르기 직전까지도 계속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마인드 컨트롤을, 여러 선생님들의 조언을 들어가면서 오래 전부터 계획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스로도 조금 놀랄 정도의 여유를 보이며 시험을 보고 올 수 있었습니다.
일단 당일날 일어나면 머릿속에서 바로 곡을 재생합니다. 그리고 계속 반복합니다. 다른 잡생각이나 부모님과의 대화는 양해를 구하고 그 날만 최대한 아낍니다. 일종의 몰입 상태에 빠지기 위함입니다. 나갈 준비하는 동안, 고사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시험 대기하는 동안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효과가 보일 겁니다.
시험 보기 한 시간 전, 대기실에서부턴 특히 잡생각을 하면 안 되겠습니다. 몰입이 흐트러지는 건 둘째 치고, 그러면 정말로 떨릴 수 있습니다. 이걸 방지하기 위해 계속 자기가 치는 곡에 정신을 매달리게 합니다. 한 순간도 놓지 않고 그대로 채찍질하며 가져가서 그대로 치고 나오면 떨다가 망칠 일은 없을 겁니다.
진짜 될까, 싶기도 하지만 떨 여지같은 걸 최대한 배제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제게는 굉장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전 아직은 어떤 거대한 후기글을 남길 때는 아니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다른 형, 누나들에 비해 고생을 정말 적게 해서 그런지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다!'보다는 '지금부터 더 고생하자!'가 훨씬 더 큽니다. 이 마인드를 언제까지나 놓치지 않고 계속 여러가지를 배우며 고민해나가려 합니다.
기초 중의 기초부터 지금까지, 열성을 다해 가르쳐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귀중한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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