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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예종 음악학과 합격후기-김상헌 제 3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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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편에 이어서 계속. ----
쓰다보니 영어 시험 이야기를 먼저 썼는데, 사실은 논술 시험을 더 먼저
봤습니다. 어차피 같은 날에 본 것이기는 하지만 아침에 논술을 보고 점심
먹고 오후에 영어 시험을 봤지요.
작년도 논술 기출문제는... 무슨 허허벌판에 내동댕이 쳐진 것 같은 느낌
이었습니다. 아무런 자료도 하나 안 주고, '노래방이 우리 문화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논하시오.' 라니. -_-;;;
그런데 올해의 논술 문제는... 상당히 까다롭고, 생각을 깊이 해야 하는 문제
였습니다.
다음의 '믿음' 중 두 가지, 또는 세 가지를 엮어서 음악에 대입시키고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시오. 그리고 반드시 글에 제목을 붙이시오. 믿음 1. 인간의 모든
행동은 정치적이다. 믿음 2. 예술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믿음 3. 인간은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존중 받아야 할 개인이다.
...... -_-;;
뭘 어쩌라는건지...;;; 도대체 이것을 가지고 어떤 내용을 쓰라고 준 것인지,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2번과 3번만 활용했는데, 나중에 보니깐 대부분 사람들도 1번은 빼
놓고 한 것 같더군요.
우선 왜 예술이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며, 그 속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에 빗대어 각 예술가의 예술이 그 사회와 문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그리고 그 다음에 그것을 음악에 대입하면서, 이 세상에는 많은 연주가가 있고
작곡가가 있는데... 많은 연주가들이 똑같은 곡을 연주하고, 많은 작곡가가 똑같은
신을 찬양하면서 다양한 음악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것 처럼
인간이란 어쩌고 저쩌고 예술이란 저쩌고 어쩌고...;;; 그러므로 각 음악가의
음악은 고유한 가치를 갖고 있으며 아무리 교통과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해서 쉽게
세계의 여러 음반을 접할 수 있어도 그것을 비교해서 우열을 가리는 것은
안 된다...
대강 이런 내용으로 글을 썼습니다. 글의 첫 부분을 쓰기가 꽤 힘들어서 몇 번
지우고 쓰고 했는데... 그래도 일단 첫 부분을 끝내고, 음악에 대입 시킨 이후로는
저도 이전부터 생각해오던 이야기이고 예전에 신문의 어느 칼럼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언뜻 본 기억도 있고 해서 뒷부분은 비교적 쉽게 썼습니다.
지난 해 시험은 그래도 제가 배운 경제학적인 접근과 생각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이번 시험은 전혀 그럴 여지가 없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원고지에 쓰라고 할까봐 1차 시험을 끝낸 뒤, 1200자 원고지를 사와서 원고지에
쓰는 연습을 했는데... 그냥 대학교에서 시험 볼 때 쓰는... 가로줄만 그어져 있는
커다란 종이를 주고는 쓰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볼펜으로 쓰라고 할까봐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정액(화이트) 을 시험 보는 날 아침에 구입을 했건만...
그냥 연필, 샤프로 쓰라고 했습니다. -_-;;; 다행이 종이는 갱지가 아니라 질 좋은
종이가 나와서... 샤프로 써도 알아보기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여튼, 저는 워낙 글씨를 못 쓰고 좀 지저분한데... 원고지가 아니니깐 쓰기는
편하지만 지저분하게 보인다는 단점도 있더군요. 시험지는 3인가 4장인가를
묶어서 줬는데, 다 안 써도 좋습니다. 분량 자유. 저는 한 장 반 정도 썼는데...
솔직히 그걸 다 쓰라는건 무리입니다. -_-;;; 사람들 보니깐 한 장에서 두 장...
그 정도들 쓴 것 같더군요.
논술시험은 특별히 준비한게 거의 없었습니다. 1차 시험 끝나고 나서야 원고지
구입해서 기출문제에 대해 한 번 써 보고... 그리고 소리바다 관련,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 한 번 써 보고... 그게 전부였습니다. -_-;;;
다만... 제가 중학교 1~2학년 때 일 년간, 당시 대학 입시 시험에 논술 시험이
최초로 도입 되면서 불어닥친 논술 열풍에 합류하여(;;;) 글쓰기 과외를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확실하게 교육 받고, 원고지 쓰는 법과 교정기호에
대해서도 배워두고(비록 이번 시험은 원고지에 쓰지 않았지만) 시, 시조, 수필,
논설문, 설명문, 기사, 소설 등... 여러가지 글의 형식과 특징에 대해서 배우고
실제로 몇 번씩 써 본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학교 2학년 때 부터 PC통신을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다양한 글쓰기가 생활화 되었던 것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작품에 대해서 이것저것 다양한 각도로 분석을
해 보고 글을 올림으로 나름대로 생각하는 연습과 글 쓰는 연습이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토론도 하면서 역시 생각하는 연습과 글 쓰는 연습이...
(당시 PC통신은 요즘 인터넷 처럼 비실명으로 서로 소모적인 리플싸움이나 벌이는
토론 같지도 않은 토론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아무튼, PC 통신의 동호회에서
활동한 것이 글 쓰기와 생각하는 연습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다.
또한 꼭 그런 깊은 내용이 있는 글이 아니더라도, 매일매일 생활과 관련된
잡담 글이라도 올리면서... 늘 글 쓰는 것이 생활화 되었던 것 같고, 또 글을 직접
안 쓰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그냥 잡담글 써 놓은 것이라도 하루에 몇 십개씩
꾸준히 봤다는 것도 무시 할 수는 없는 것 같고...
아무튼 그렇게 시험을 끝내고, 영어회화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갔습니다. -_-;;;
그리고 다음 날 면접... 시험을 몇 번에 걸쳐서 보는데다 지원자 수도 그리
많지 않아서 그런지... 이미 이쯤 되니깐 서로서로 다들 친해져 버려서...;;;
이것저것 이야기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고 질문, 답변도 하고... 시험본 사람끼리
상당히 친해진 상황이었습니다.
1차 합격자가 10명이고, 정원은 5명이니... 이번에는 결과를 보니 4명만 뽑았
지만, 정원대로 뽑는다고 쳐도 너 아니면 나, 둘 중의 한 명이 떨어져야 하는
참 비정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서로 친해져 버려서... 경쟁자라는 의식이
별로 안 들더라구요. -_-;;;
덕분에 면접보는데 대기실에서 어색하기는 커녕 참 화기애애 했었고... 더군다나
나중에 들어오신 감독관 분께서도 긴장을 많이 풀어주셔서 그리 긴장하지는 않았
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영어시험과 논술은 다들 어떻게 준비 했냐고
물어보니깐, 모두들 별다른 특별한 준비는 안 했다고 하더군요. -_-;;; 정말로
준비를 안 하고 그냥 평소 쓰던 글 실력, 하던 영어실력으로 봤는지 아니면 내숭
인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
아, 그리고 지금 생각난건데 한예종은 무조건 원서 접수한 순서대로 시험을
보니깐... 1등으로 시험 보고 싶은 분이 아니라면 인터넷 접수 같은건 왠만하면
하지 마세요. --;;; 1차 시험 통과하고 난 결과... 재수생이나 현역등 젊은
사람들은 다들 인터넷 접수로 빨리빨리 했고... 저 같은 노땅들은 현장 접수를
해서... 앞 번호대와 뒷 번호대가 세대차가 났습니다. -_-;;
아무튼 대기실에서 나가서 한 명씩 면접을 보는데, 면접을 본 이후엔 다시
대기실로 못 들어오고 그냥 집으로 가게 하였고 핸드폰도 전부 철저하게 끄도록
했습니다. 먼저 시험본 사람이 정보를 주면 안 되니깐...
제 순서가 되어서 시험장으로 가서 그 앞에서 다시 기다리는데... 오옷? 바로
앞 방에서 이강숙 선생님께서 나오더군요. 인사를 드리고, 옆의 시험 감독하는
분께 여쭈어 봤더니 이강숙 선생님 맞다고 하셔서... 화장실에서 돌아오시는데
붙잡고 정식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 그리고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지난학기
국민대학교 목요특강에 오셨을 때, 특강 직후 사인 받아갔던 사람인데 기억
하냐고...;;;;;; (이럴 때 보면 저도 참 믿도 끝도 없는 녀석입니다. -_-;;;)
실제 기억을 하시는지 아니면 기억은 안 나지만 그냥 기억 난다고 하신 것인지는
몰라도 암튼 기억 난다고 하시면서...;;; 그런데 오늘 여긴 어쩐 일이냐고 하시
더군요. 그래서 입시 시험 보러 왔다고... 어느 학과냐고 하길래 수험표 보여
드리며 음악학과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시험 잘 보라고 인사를 하시곤 다시 들어
가시더군요. 그리고 저도 제 앞 사람이 시험장에서 나와서 곧바로 들어갔습니다.
아무튼 면접 시험 직전에 존경하는 선생님을 우연히 만나다니... 참 묘한 일이
었습니다.
교수님 세 분이 정면에 계신 자리 배치였습니다. 제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어서
앉으라고 그러셨고...;;; 첫 질문은 간단하게 자기 소개하고 지원동기를 말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뭐... 준비했던대로 이야기 했고... 그랬더니 경제학과라면 아무
래도 졸업한 뒤, 음악학과 보다 나을탠데 그건 생각해 봤냐고 하시길래 그것도
역시 대강 생각했던대로 대답했고... 들어온 이후 무엇을 공부하고 싶냐고 해서
첫 번째는 음악이론, 두 번째는 음악학을 배우고 싶다고 했고... 예상하지 못
했던 질문인데, 시험 준비를 위해 읽어본 책이 있으면 이야기 해보라고 하시더
군요. 그래서 음악원 아이들의 한국문화 읽기 책과 이강숙 선생님 특강을 이야기
했고 그 둘은 제가 이곳에 지원한 동기가 되기도 했다고 했고... 그 외에는
서양음악사 책과 교양수업 시간에 쓰이는 서양음악 전반적인 것에 관한 책들,
그리고 각종 화성학 책들을 봤다고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주성혜 교수님께서 이강숙 선생님 특강은 왜 그렇게 감동적이었냐고
질문하시길래... 당황스러워서 좀 버벅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했던대로
답변 했고... 마지막 질문이 정말 황당했는데, 시험이 어땠냐고 하시더군요. ;;;
그래서 1차 시험 포함해서요? 라고 되물었더니 그렇다고 하셔서... 뭐, 생각대로
솔직히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원없이 봤냐고 되물으시던데...;;; 그래서 논술은
시간이 좀 부족해서 좀 더 날카롭게 쓰지 못 한게 아쉽고 영어는 끝에 한 문장
해석을 잘못 한 것 같다고 그랬죠 뭐. --;;; 그랬더니 나가보라고 하시더군요.
흐음... 분명 입시 요강에 쓰여 있기도 그렇고, 작년에도 시험 봤던 사람 말
들어보니 그 전 날 논술 쓴 것을 가지고 그것에 대해서 물어보며, 좀 미흡한
곳이 있으면 집중적으로 공격하신다던데...;;; 저는 이상하게 논술 쓴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질문이 없었습니다. 저만 그랬는지 다른 사람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a
아무튼 대부분 대학에서 면접, 구술 시험은 당락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이미 뽑을 사람은 다 뽑아 놓고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예종의 음악학과는
면접시험이 당락에 상당히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 하더군요.
여기까지가... 제가 시험 봤던 내용과, 준비했던 내용입니다.
시험을 준비했던 내용 외에, 평소에 준비했던 것이라면... 긍정적인 생각과
자신감 갖기... 랄까요? ^^;;
사실 이건 제가 정말 존경하는 국민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부 장덕주 교수님의
수업 시간을 통해서 배우게 된건데... 음... 사실 이 분의 수업이야 작년 1학기
에도 들었지만, 그 때는 아무래도 학교에 마음이 영 없었고 더군다나 2학기에
휴학하면서 다 까먹었던것 같고...;;;
어쨌거나, 긍정적인 생각과 자신감...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건
경제학적으로도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이고요......;;;
그 외에는, 매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지하철 기다리면서... 지하철
역에 있는 지도에서 예술의 전당을 찾아보며 합격한 이후의 제 모습을 머리속으로
그려 보았지요. ;;; 참... 황당한 짓거리이긴 합니다만, 누가 제 머리속을 열어
볼 수는 없는 일이므로...... ^^;;;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더 많은데 줄여서 쓰다보니 빠트린 이야기도 많고
(어이어이 상헌군... 지금도 충분히 길다구!!) 이런저런 일이 겹친 와중에서도
마감시간에 맞추느라 문장이 좀 엉망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글을 읽는 분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서 성심성의껏 썼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
겠네요. ^^;; 지금까지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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