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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04 경희대 합격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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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합격후기 (84년생 권모군.^^)
먼저, 하나님과 저때문에 엄청 고생하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럼 후배입시생 여러분께 작은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부족하고
조금은 황당하실수도 있는 입시 후기 시작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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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말 게으른 아이었습니다.##
보통, 대부분의 입시후기들을 보면 밤새 곡쓰고, 피아노 다섯시간치고들 해서
붙었다고들 합니다. 선생님들은 무척 엄하신 분들로, 매번 레슨때마다 눈물들
쏙 뺐다고 하고요.
근데, 전 결코 아니었습니다. 하루에 10시간 수면은 기본이었고 일주일에 두곡
쓰면 정말 많이 쓴거였으니까요.(참고로, 아무리 게으르던 아이들도 정신차란다는
수능이후에도 제가 쓴 곡은 채 10곡이 안된답니다.)
피아노도, 물론 마찬가지였구요. 하루에 네시간치면 많이 친거였으니까.
이쯤 되면 다들 의아해 하실겁니다. 운이 좋은놈이구나라고 생각하시겠죠.
머, 물론 하나님의 은혜이란걸 부인하진 않겠습니다만, 게으른 천성을 커버해줄만한
어느정도의 노하우는 있었답니다. 그중에서 몇가지를 정리해보았는데요..
머 별거 아니지만 한번 찬찬히 읽어봐 주셔요.^^
1. 화성정복하기 - 노래부르면서 놀자!
화성학에서 금칙벗어나지 않기보다 더 중요한것은 '음악적인 화성진행 만들기'입니다.
그럼 들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음악적인 화성진행을 만들수 있냐구요?
다 방법이 있죠. 바로 화성과 친해지는 겁니다.
전 처음엔 클래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요악보집을 펴고 좋아하는 가요들
중에서 비슷비슷한 노래들을 찾아 코드네임을 화성기호로 바꿔 정리하기부터 해보았습니다.
노래의 분위기가 비슷하고 선율이 비슷하다는 것은 결국 화성진행도 비슷하단 거니까요.
처음진행은 한국식의 뻔한 발라드들이었어요.
(예).
하림의 '출국'과 푸른하늘의 '겨울바다'의 후렴구의 화성진행은 같은 I-vi-ii(IV)-V더라.
토이표 발라드의 중간부분은 대부분 IV-V-iii-vi의 진행으로 가더라.
또한, 임시표가 붙어있는 선율이 있는 부분은 더더욱 주의해서 보았죠. 그리고 그걸
정리해보고, 자주 쳐보고 노래부르며 느낌을 익혔습니다.
(예) 스케일의 6음에 플랫이 붙어있는경우는 ii도나 iv도의 차용이더라.
스케일의 7음에 플랫이 붙어있는 경우는 IV도나 ii도를 향한 부속/감화음때문이더라.
그리고, 어떤 특징적인 화성진행이 있는 곡들은 따로 정리를 시켰습니다.
(예) V56/V →V24 →I6 : 내가 너의 곁에..(토이), 귀향(김동률)
I →Iaug →V11/ii →V56/ii → ii : 동경(박효신), 안되나요(휘성)
그러다보니 어느정도 감이 잡히더라구요. 그 다음에는, 있는 노래들의 화성을 바꿔보았습니다.
즉 하나의 선율을 가지고 여러가지 다른 분위기내기 말이죠. 주로쓴 방법은 천광우샘 빨간책
에 나와있는 '뼈대화음에 수식화음붙이기'였습니다. 그리고 선곡은 주로 찬송가에서 했구요.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찬송가의 화성진행들은 매우 단순하고 기본적으로 되어있는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I-IV-I-V이런식으로요. 이런 단순한 화성들을 뼈대로, 신나게 이화성도
저화성도 갖다 붙여보고 빼보고, 대체시켜보고 그렇게 노래부르면서 놀았죠 뭐. 틀리면,
다음에 안하면 되고 멋지면 기억해뒀다 담에 또 써먹고 말이에요.
그러면서 감이 잡히면서는, 악보집이 필요없이 새로 어떤노래를 듣던 한번들으면 대충 연주
하게 되더라구요. '대충'은 나쁘다구요? 하하, 한방에 딱 맞아떨어지는것도 좋지만, 대충 된뒤
'왜 대충이 되고 딱 저분위기가 안날까'를 고민하며 다시 이것저것 화성들을 대입해보면
그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던데요?
아, 물론 그런 놀이를 하면서 화성학숙제는 대부분 얌전히 꼬박꼬박 했습니다. 화성진행도
중요하지만, 금칙도 잘 지켜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때그때 익힌 화성적 악구들은 소프라노
문제 풀때 바로바로 써먹었구요, 선생님께 좋다 나쁘다 교정받고 기억해두고 그랬죠.
2. 작곡정복하기 - 뒹굴거리면서 작곡실력 늘리기
앞에 말한 화성놀이를 하다보니, 어떤 악구를 보던 다음에 이어질 자연스런 화성진행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맞물려 클래식음악이 점점 좋아지기도 했구요.
처음 피아노곡만들기를 배울때는 주제를 받은뒤 제일먼저 한건 연주해보기였구요. 여러번
반복해서 주제를 확실하게 익힌뒤 피아노로 코드만 대충 치면서 노래를 이어 부르는 식으로
선율을 만들었습니다. 그다음에 화성에 맞게 반주만들고 내성채우기 하는식으로 곡을 썼구요.
몇번 그런 과정을 거친후엔, 바로 악보로 곡을 썼구요. 물론 바로바로 쳐보면서 고쳤죠.
이제 화성진행은 어느정도 자연스럽게 만드니, 두번째 저의 목표는 예쁜선율만들기였는데요.
그것 역시 나름대로 정리를 시켰습니다. 선율역시 주가 되는 화성음이 있고 그것을 수식하는
비화성음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그 비화성음이 예쁘게 먹는 경우들을 정리했던거죠. 자연스러운
전타음의 경우, 패싱톤의 경우 그런식으로요.
그리고는, 다음곡들에 바로바로 써먹었었지요.
그 다음에 제가 한놀이는 뒹굴거리면서 음악들으면서 악보보기였습니다. 그땐 슬슬 클래식이
무척 좋아지던 때였구요. 쇼팽의 프렐류드나 에뛰드 같은곡들을 듣고 보면서 주로 놀았습니다.
쇼팽의 곡들을 보면 더럽게 복잡한 악보들이 많은데요. 그런 곡들도 귀에 쏙 들어오는음들-
즉 주선율이 되는 음들은 따로있잖아요. 즉, '주가 되는 음'과 '수식하고 꾸며주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음'이 따로 존재한다는 이야기인데 바로 그것들을 분리해서 노래가 되는 음만 보는
훈련을 했습니다. 그리고, 주선율을 제외한 음의 향연들은 당근 작곡기법이니까, 역시 버리지
않고 눈으로 익히고 B주제같은데서 써먹고 그랬죠.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B주제는 항상 다르게쓰지만 같게 썼습니다. 무슨소리냐 하면 화성진
행이나 선율, 리듬은 달랐지만 일관된 컨셉을 주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왼손에서 주선율
오른손에서 반주'였지요. 베토벤소나타16번을 치면서 2주제를 접하고 '아, 난 입시때 B주제에서
왼손으로 놀아야지' 생각하고,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계속 그쪽으로만 연습했는데 이것이 상당히
도움을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왼손에서 주선율을 준다는건 아랫성부라 좀더 화성음이나 비화성음
도 좀더 고민을 해야하고, 그렇다고 윗성부인 반주에서도 어느정도 선율성을 줘야하기 때문에,
대위법적인것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얘기였거든요.
결과적으로, 경희대 시험때 작곡모티브를 봤을때 전혀 당황하지 않았었습니다. 너무 친숙한
모양이었으니까요. (왼손에 상당히 선율성이 있는 주제였죠. 그리고 B에선 너무 당연하게
오른손선율위주로 가주었답니다.)
3. 피아노 정복하기 - 머리를 쓰는 기본연습, 그리고 곡과 친해지기
어릴때 체르니30번 놓은 이후로, 처음 레슨 받은게 작년 4월, 그러니까 입시보기 1년8개월전
이었습니다. 소나티네부터 시작했었구요.
늦게 시작하면, 손가락 더럽게 안돌아갑니다. 팔에 힘도 안빠지고, 아주 죽을지경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후배님들도 마찬가지이실껍니다. 피아노과목표를 하시다가 전과하신 분이 아닌이상,
늦게 시작하시는 분들은 젤 피아노가 고민이시죠.
그렇다고 질수는 없고, 제가 노린건 짧은시간에 많은 효과내기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무지막지한 기본연습!
예를들어 전 입시곡으로 베토벤소나타7번을 쳤는데요. 2주제 왼손 아르페지오를 위해서 제가
왼손에서 한 기본연습은 8가지가 넘었습니다. 흔히아는 붓점, 역붓점, 스타카토는 물론 전체
코드로 집기, 1-2번 손가락 고정시키고 5-4번 손가락만 움직이기 등등등..여기선 글로 다
보여드릴수 없어 안타깝네요. 하지만, 주변에 피아노 전공하는 친구들 있으면 붙잡고 물어보세요
연습방법 어떤게 어떤게 있냐고. 아마 별의별 손가락 단련방법이 다 있을겁니다.
손가락 단련이 나와서 얘기인데, 전 4,5번 손가락이 쥐약이었습니다. 이 손가락들은 역시
따로 단련시켜 주었구요. 방법은 잘 움직이는 세손가락으로 아무 코드나 짚고 고정시킨채로,
4-5번 손가락만 움직여서 트릴하기였습니다. 처음에는 가관이었지만 조금씩 소리다워졌구요.
그때부터 스케일이나 다른 연주도 전체적으로 고르게 되더군요.
그렇게 손가락이 돌아가면서, 그뒤에 닥친 과제는 음악답게 만들기였습니다. 그1단계로 전,
곡과 친해지기를 택했죠. 씨디를 사서 계속 듣고 주제 흥얼거리면서 다니고, 별로 맘에 안들어도
'난 이곡이 좋아, 좋아'그렇게 자기최면도 걸고, 결국 익숙해지면서, 주제도 주제답게 표현이
되더라구요. 물론 가장 큰 공로자는 우리 피아노선생님이시지만요.
아, 그리고 뽀인트 하나더! 무대경험은 상당히 중요하답니다. 저같은경우 무대공포증이 상당히
심했는데요, 두번의 연주회와 여덟번에 리허설을통해서야 겨우 잡힐수 있었지요. 그리고 또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옷도 상당히 중요하답니다. 공개시험의 경우 음대교수님들은 보수적이신분들이
많거든요. 똑같은 레벨로 피아노를 쳤는데, 한아이는 예의바르게 입고 왔고 한아이는 츄리닝바람
으로 왔다고 칩시다. 그런데 둘중에 하나만 붙여야 한다면 여러분같으면 누굴 뽑으시겠어요?
4. 청음 - 우으음....
전 청음 아직도 약합니다. 다행히 경희대가 청음이 쉽기도 했구요.
머 여기선 노하우라고 알려드릴껀 없구요.(이곳이 청음싸이트니만큼, 여기 선생님께서
워낙 잘 설명해놓으셨구요.)하나 당부드리고 싶은건 청음은 꾸준해야 한다는거. 작곡수업은 땡땡
이쳐도 청음만은 꼬박꼬박 챙겨서 하시라는거, 그겁니다.
머 물론 더 적을수도 있지만 살살 눈이 감겨오네요. 아무튼 꾸준히!꾸준히!꾸준히 하세요.
...................
여기까지 보시면, 와 꽤 많이 노력했구나 그러시겠지만, 글이 빽빽해서 그런거지 사실
모두 노는 기분으로 했던 것입니다. 그냥 '피아노치면서 놀고, 노래만들어 부르면서 놀고,
뒹굴거리면서 음악듣고'-단지 그런 놀이들이었던 것이지요.
물론, 이런 놀이들이 꾸준하고 성실한 노력과 병행된다면 아무리 상대음감이고 입시기간이
단 1년이라 하더라도 설대 연대가 아니라 그 이상도 충분히 해내실수 있으실겁니다.
전요, 게을러서 거기까지는 못했답니다.ㅋ
중요한건 시간이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과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라는거" 기억하시고 목표는
높게, 높게 잡아보세요. 반드시 해내실 수 있으실겁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당부말씀은, 선생님을 좋아하셔야합니다. 무조건 신뢰하셔야하구요.
음악을 배운다는건, 아무리 입시지만 단순히 기술을 전수받는것과는 다른
뭐랄까, 인간적인 교감을 필요로 한답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 뽀인뜨! 수능은 잘보셔야합니다.
전 요번 수능은 순전히 운-아니 주님의 은혜였어서 뭐라 할말은 없습니다만.
암튼 수능공부도 열심히 하셔요,
그럼 후배여러분들, 05년입시 건투를 빌면서 전 이만 물러갑니다. 다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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